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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솔   home pm.11:59, Friday ( 1473hit )
참 좋았어요.

시험 열하루를 남겨놓고 들어갈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1시간 10분 (앞의 막차와 뒤의 유자차는 어쩌다 보니 못들었지만ㅠㅠ)동안 많이 위로받았던거 같아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생각보다 더 안맞는 애들과, 생각보다 권위주의적인 학교와, 생각보다 잘 안풀리는 공부, 생각보다 전하기 힘들었던 마음..
켜켜이 쌓여서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1년이 된거 같은데, 딱 1시간 10분동안 그 1년을 모두 위로받은 기분이에요.

모르겠어요. 취향 자체가 애들하고 다르기도 하고, 발음도 좀 어눌하기도 해서 애들하곤 계속 안맞을거 같아요.
학교라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학교 다닐 동안 노력은 해보겠지만 제가 졸업하기 전까지도 안변할거 같아요.
공부는 계속 해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입시가 끝나기 전까지는 잘 안풀리는 날도 무지 많을거 같아요.
마음은 계속 전해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전하기 힘들거 같아요. 인간은 성급해서 낙원에서 쫓겨났고 게을러서 낙원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 떠오르는데, 어디까지가 성급한거고 어디까지가 게으른건지, 상처받아서 마음의 벽을 쌓고 지내왔던게 참 후회가 되더라고요.

사실 학교 다니면서도 계속 회의가 들어요. 원래는 대안학교가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고등학교 만큼은 제발 남들 다니는 것처럼 좀 다녀보라고 해서, 엄청 좋은 학교에 승부수 던져서 면접까지 갔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지고, 툭 까놓고 좋은 내신 성적 받겠다고 들어온 학굔데. 나도 결국 학벌 사회의 가해자면서 위선을 떨고 있는건 아닌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사람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전혀 어림반푼치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학교의 규칙들이 우리 모두가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약속했던 그것들과는 너무나도 반대되서 '나'를 계속 부정하기를 바라고, '소통'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하라는 대로만 하고, 왜 그런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조용히 따르는 법'을 가르치는 것만 같은 학교와, 그러한 예감이 복선처럼 깔렸던 수련회에서 애들과 교관들에게 받았던 상처와, 이게 나의 고등학교의 삶이고 학교라는 곳이 결국 <개밥바라기 별>에서 준이가 자퇴 사유서에 썼던 것처럼 "적응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을 시키는 곳에 지나지 않고, "성장기에 얼마나 잘 순응하는가에 따라서 직업의 적성이 결정되고 어느 등급의 학교를 어느 때까지 다녔는가에 따라 사회적 힘이 결정되는 곳"이고, 결국 "모든 창의적 지성 대신에 획일적인 체제 내 인간을 요구하고 그 안에서 지배력을 재생산하는 곳"이라면 정말 떠나버리고 싶을거 같아요. 하지만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답은 없고, "쟤 사회 생활도 적응 못하는거 아냐?" 같은 눈초리로 바라볼 시선들도 두렵고, 그렇다고 남아있자니 저런 악몽이 반복될 것만 같고. 나름대로는 내가 태어났을 때보다 더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고, 그 세상을 글의 힘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순진한 글쟁이기도 한데, 이렇게 고민하기도 힘들고 대화하기도 힘든 학교에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자괴감에 빠질때면 확 혀깨물고 뒤로 자빠져버릴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주저리가 너무 길었죠? 미안해요. 하는 김에 좀 오래 하고 싶었어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많이 위로받고 있거든요. 없었다면 아마 지금보다 열배쯤 더 힘들었을거 같아요. 의지하는건 아니고. 그냥 차가운 겨울에 문구점에서 파는 흔들면 열나는 손난로 같은걸 두 손에 꽉 쥐고 걷는 기분이에요. 그게 추위 자체를 없애주진 않겠지만,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니까..

제게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은, 그런 손난로나 따뜻한 이불 같은 것 같아요. 그것 자체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고민을 끌어안고, 부둥켜안고, 아이컨택 하면서 째려볼 수 있는 힘을 주니까요.
특히 지금처럼 힘들땐 가파른 산을 오르는 지팡이 같은 느낌도 들어요.

너무 글이 길죠? 간단하게 한 줄 요약 할게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줘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쭉 오래 그렇게 좋은 음악 해주세요. 가급적이면 멤버들 평균 나이가 칠순이 될때까지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


12.08   향기   
'어떤 것'도 고민을 해결해주진 못하는 것 같아요. 부디 지금을 맘 편히 돌아볼 수 있는 나중이 있길 바랄게요.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렸다면 제가 더 기쁩니다.
    
12.08   숭구리당   
향기롭네요
    
12.08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으로써... 학교나 세상에 대한 회의 하게 된다는 것에 공감이 많이 가요. 정말 납득도 안 되고... 음. 그렇지만 저 역시 브콜너란 존재가 그 끊임없는, 답이 안 나오는 물음들을 잡고 늘어지고 있는 저 자신을 잠시 토닥여주었기 때문에, 힘든 일 있어도 너무 극단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게 도와준 것 같아서... 늘 고마워요. 흐흐. 전 브콜너 팀 결성 70주년을 보고싶네요 ㅋㅋㅋㅋㅋ
    
12.08   잔디   
글솜씨가 있으세요^^
힘내요
화이팅
    
12.10   토끼소녀   
토닥토닥 힘내요!! 화이팅!!!! ) _ (♥
    

ㅋㅋ오늘 네이버 라이브 봤습니다. [1] 승빈   
루시아와 브로콜리 너마저가 화음을... [4] 숭구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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